2016. 2. 11. 06:09ㆍ[ Hosi's 테마여행 ]/- 게임 테마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로 본 일본RPG의 성향.
RPG나 스토리가 중시되는 액션 게임을 즐기고 난 후에 하는 '뻔한' 평가중에 이런 말이 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다'라는 감상이다. 하지만 테일즈 시리즈는 이것보다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다 본 것 같다'는 말이 더 적합하며, 이는 과거 시리즈보다 더욱 더 훌륭한 그래픽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 베스페리아에게 더욱 더 걸맞는 말이다.
일본과 서양의 PRG 접근법의 차이
과거 성공적이었던 서약식 PRG와 일본식 RPG를 비교해보자. 서양식 RPG의 초기 형태인 울티마의 주인공인 아바타(Avatar)는 주인공이 게이머 그자신이며, 현실 세계에 살고 있던 게이머가 '브리타니아' 라는 세계에 들어가게 되어 겪는 모혐을 그리고 있다. 서양 rpg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발더스 게이트]의 경우에도 주인공이 비록 게이머 자신도 모르는 비밀을 감추고 있지만, 역시 주인공은 게이머가 직접적으로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대상이었다. 최근 작품에서는 역시 오블리비언 같은 타이틀을 들 수 있는데, 여기에서도 1인칭 시점을 중심으로 채택해서 실제로 그 세계에서 모험하는 느낌을 주는데 충분하다.
[서양식 RPG의 대표작 울티마(좌)와 엘더스크롤(우)시리즈]
이렇게 1인칭 시점(게임 시점 뿐만이 아니라 상황의 묘사도)으로 그려지는 게임이 북미에 많은 까닭은 역시 페이퍼 & 펜슬 RPG(이른바 Table-talk RPG)부터 발달했던 나라이기에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일 것이다. 즉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역활 연기'를 하는 것을 RPG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TRPG인 던전 앤 드래곤스]
그러나 [파이널 판타지]같은 대작은 물론이고 다른 작품에 이르기까지 일본식 RPG의 대부분은 3인칭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게임을 그려나가고 있다. 일본에 주인공의 시점에서 게임을 그려나가는 작품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일본의 국민RPG라 하는[드래곤 퀘스트]시리즈에서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주인공이 한마디도 안하는 것은 이런 감정이입을 위한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몇몇 게임을 제외하고 많은 게임 시리즈들이 감정 이입보다는 감상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3인칭 시점으로 게임 속세계를 묘사해나가고 있다.
[JRPG를 대표하는 작품들]
장편 TV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나라
테일즈 시리즈는 이런 3인칭 시점에서의 '감상'의 극에 달한 게임이다. 과거 시리즈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시리즈를 거듭해 가면 갈수록 이런 표현은 더욱 더 강해지고 있으며, 시리즈 전통의 애니메이션 오프닝은 물론 게임 속 캐릭터들의 관계나 힌트 등을 제공해주는 스킷이 등장한 이후로는 더욱 더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풍의 테일즈시리즈]
왜 이런 게임이 많이 나올까에 대한 주관적인 분석을 해보자면 일본이 '장편 TV 애니메이션'을 통한 이야기의 감상이 익숙한 나라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조심스레 내려보고 싶다.
베스페리아를 플레이해보면 마치 약 40화 전후 분량 정도의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게임으로 옮긴 느낌이다. 게임 내에 주요 장면에 등장하는 동영상이나 캐릭터 간의 이벤트, 스킷 대사 등을 모두 읽으며 플레이하다보면 모두 감상하고 난후에는 애니메이션 한 시리즈를 모두 독파한 느낌을 받게 된다.
캐릭터의 감정 이입도 주인공에게만 하기보다는 다른 캐릭터에게도 가능하도록, 전투 시에는 주인공 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의 액션을 직접 조작할 수도 있으니 완전히 자기 자신의 분신만을 조작할 수 있는 게임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전투시 주인공 외에 다른 캐릭터로도 조작이 가능하다.]
한편, 영화는 짧은 상영 시간 때문에 주연급 몇 명에게만 초점이 맞춰지고,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풀어나가게 되는 반면, TV용 장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는 오랜 시간 상영되기 때문에 여러 캐릭터에게 이야기가 주어지고 이것을 풀어나가게 되는데, 이런 면에서도 테일즈 시리즈는 누구 한명도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의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주인공이 누구든 이야기가 되는 게임
다른 시리즈의 이야기는 미루어 두고, 베스페리아만 보면 누구를 주인공으로 놓고 봐도 한편의 RPG를 만들 수 있을 느낌이다. 뭐, 멍멍이인 하피도만 제외하고 보자면 오히려 세상 모르는 귀족 소녀인 히로인 에스텔을 내세워서 세상에 대해 알아나가며 자기도 모르던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도 되겠고, 멋진 길드를 만드는게 꿈인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카롤 버전, 사교성 없는 천재 마법사 리사, 원래XXXX(까발림 방지)였던 밝힘증 아저씨 레이븐의 변화 등등... 이 모든 것을 메인 에벤트만 보면 알긴 어렵고, 이런 캐릭터들의 설정 중 대부분은 방대한 분량의 스킷까지 읽어야 모두 알 수 있긴하지만 말이다.
[각 캐릭마다의 사연이 다 있다.]
뭐,스킷과 각종 서브 이벤트를 제외하고 감상한다면 그냥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약간의 뻔한 설정 등이 눈에 보이긴 하지만, 이런 뻔한 설정을 매력으로 느끼는 사람들도 있으니 이에 대한 비판은 접어두자.
어쨌든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는 이런 테일즈 시리즈의 특징을 훌륭한 그래픽과 성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풀어나간, 앞으로의 일본식 RPG가 가야할 길을 훌륭하게 보여준 게임이다. 마치 영화와도 같은 몰입감있는 스토리를 보여주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도 좋지만, 캐릭터들간의 소품적인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다뤄주는 테일즈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세대가 낳은 새로운 RPG라 봐도 과언이 아니며, 그 정점에 베스페리아가 서 있다.
[시리즈중 완성도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베스페리아]
베스페리아의 성공이 단지 '장편 TV 애니메이션 같아서'만도 아니고, 성공했다고 해서 아직 대세를 흔들 정도의 메가톤급 히트 정도도 아니라지만, 앞으로 그냥 일본 개발자가 만든다고 해서 일본에서의 ?? 이 빛을 발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이번 케이스로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배웠으면 싶다.
P.S: 개인적인 글이다 보니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가 객관성 및 정확성이 다소 떨어질수 있습니다. 그리고 글쓴이의 편의상 존칭을 하지 않는점 양해 바랍니다. 일부 스샷은 일부 홈페이지에서 퍼옴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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